지하수로 난방하는 비닐하우스…발암물질 라돈, 기준치 최고 20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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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2-02-1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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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백제보 인근의 충남 부여군의 시설재배 농가. 비닐하우스의 30% 정도가 지하수를 난방에 사용하는 수막재배 시설로 파악되고 있다. [사진 김종술]
겨울철 난방비 절약을 위해 따뜻한 땅속 지하수를 끌어올려 비닐하우스 위에 뿌리는 수막 재배시설.
하지만 토양과 지하수에 발암물질인 라돈이 많이 들어있으면 시설 내부 공기가 라돈으로 오염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해 '환경분석과 독성보건' 학회지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일부 수막 재배 시설 내부의 라돈 농도는 ㎥당 최대 2994 베크렐(Bq, 방사능 측정 단위)까지 측정됐다.
연구팀이 2019년 12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세종시 지역 수막재배 시설 3곳에서 3차례씩 각 24시간 동안 조사한 결과, 밤사이 지하수로 비닐하우스를 데우면 아침 시간에는 라돈 농도가 최대치를 보이고, 낮에 환기하면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두 곳에서도 최대치가 2420 Bq/㎥와 613 Bq/㎥로 측정됐다.
라돈 기준치 최고 20배 검출
세 곳의 최대치는 '실내공기 질 관리법'에서 정한 라돈의 권고 기준은 148 Bq/㎥의 4~20배에 해당한다.
시설별 평균값도 186.8~944.8 Bq/㎥로 권고 기준의 1.3~6.4배였다. 재배시설 내부에서 작업하는 농민들의 건강이 우려되는 수준이다.
3개의 수막재배 시설 중에서도 비닐하우스 흙을 비닐로 덮고, 바닥보다 높은 베드(bed)에서 작물을 재배한 고설 재배 시설에서는 라돈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권고 기준을 초과했다.
또, 비닐하우스 흙에 직접 작물을 재배한 나머지 두 시설 중에서는 지하수의 라돈 농도가 높은 곳의 실내 라돈 농도도 더 높았다.
연구를 담당한 세종시 보건환경연구원 김상철 연구사는 "토양과 지하수에서 나온 라돈이 밤사이 실내에 축적되면서 라돈 농도가 상승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낮에 온도가 올라가면 생육 최적 온도로 맞추기 위해 바깥 공기가 유입되도록 했기 때문에 낮에는 라돈 농도가 낮아졌다"고 말했다.
농촌 지역의 지하수 공급에 주로 활용되는 소규모 급수시설 상당수에서도 우라늄과 라돈 등 자연 방사성물질이 검출된다. 2017년 환경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소규모 급수시설 4348곳 중 17.7%인 770곳에서 미국의 먹는 물 수질기준을 웃도는 우라늄·라돈이 검출됐다. 사진은 경기도 안성시 인처동 마을의 방사성물질 저감 장치가 동파된 채 방치된 모습. [강병원 의원실 제공=연합뉴스]
이번 연구는 세종시의회 차성호 의원이 지난 2019년 5월 시정 질의에서 밀폐형 보온 재배시설, 즉 수막재배 시설의 라돈 오염 문제를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세종시 보건환경연구원은 국립환경과학원이 지원한 연구비를 활용해 현장 조사에 나섰고, 조사 결과도 환경과학원에 보고했다. 차 의원은 "문제가 확인된 후 세종시에서는 일부 시설에 대해 자동 환기 시스템과 연동된 라돈 경보장치를 설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적인 실태 조사 필요
전국 주택 실내공기 라돈 오염 지도 국립환경과학원
연세대 라돈안전센터장인 조승연 교수는 "라돈 농도가 이 정도로 높게 측정이 된다면 농민들 건강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며 "일부 시설에 라돈 경보기를 설치하는 것으로 그치기보다는 지하수와 토양의 라돈 오염 실태를 종합적으로 조사해서 원천적인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세종 지역뿐만 아니라 지하수·토양에서 라돈 오염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는 지역까지 범위를 넓혀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이후 보가 건설된 지역을 중심으로 수막재배가 확대되고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 지난 2011년 국립환경과학원 연구팀이 '지하수 토양'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충남 지역 99곳의 지하수의 라돈 함량은 L당 평균 3397 피코큐리(pCi)로, 전국에서 경기도 3875 pCi/L 다음으로 높았다. 충북은 3373 pCi/L로 충남의 뒤를 이었다.
환경과학원 연구팀은 논문에서 "중생대 화강암과 선캄브리아기 편마암이 주로 분포하는 경기·충북·충남·전북 지역의 지하수에서 라돈 함량이 퇴적암 지역인 경남과 화산암 지역인 제주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라돈은 폐암의 원인 물질
폐암의 원인 물질로 널리 알려진 라돈(Rn)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무색·무취의 방사성 기체로 우라늄(U), 라듐(Ra) 등 모(母)핵종의 방사성 붕괴 과정에서 주로 생성된다. 라돈은 흡연에 이어 두 번째로 폐암 유발의 중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는 라돈을 사람에게 암을 유발하는 물질을 의미하는 '그룹(Group) I'으로 분류하고 있다.
라돈은 모핵종에 따라 222-Rn, 220-Rn, 219-Rn 등과 같은 동위원소 형태로 존재하며, 이 중 우라늄-238 붕괴 계열에서 생성되는 222-Rn은 약 3.8일의 반감기를 갖는다.
실내 공기 중 라돈의 대부분은 지반의 암석과 토양에서 확산·대류 등을 통해 유입되고, 일부는 실내 건축자재에서, 일부는 지하수 이용 과정에 유래한다.
화강암 지역의 경우 퇴적암·변성암 등 다른 지질로 구성된 지역보다 지하수와 토양, 실내 공기 중의 라돈 농도가 높게 나타난다.